칼럼
가면 뒤의 욕망
사람은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가면은 우리가 사회 속에서 자신을 보호하거나
다른 사람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만들어 낸 일종의 방어막이다.
출근길의 지하철에서,
회사의 회의실에서,
가족과의 식사 자리에서
우리는 서로 다른 가면을 쓰고 있다.
그것은 우리의 역할을 반영하고, 기대에 부응하며, 때로는 안전을 보장해 준다.
그러나 그 가면들 뒤에는 더 본능적이고, 때로는 억압된 진짜 모습이 숨어 있다.
그리고 그 모습 속에서 가장 강렬하게 자리 잡은 것이 바로 욕망이다.
욕망은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일부다.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갈망한다.
그러나 욕망은 종종 사회적으로, 그리고 도덕적으로
"다룰 수 있는 것"과 "다룰 수 없는 것"으로 나뉜다.
생존과 직결된 욕망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정받지만,
특정한 성적 욕망이나 금지된 관계를 향한 욕망은 쉽게 비난받거나 금기시된다.
우리는 욕망을 부정하고 억누르는 법을 배운다.
특히 도덕적 규범과 사회적 규칙 속에서 자라난 우리는
자신이 가진 욕망의 정체를 마주하기조차 두려워한다.
그러나 욕망은 억누른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욕망은 종종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드러나며,
그 강렬함은 억압의 정도에 비례한다.
금기된 것을 탐하는 욕망은 오히려
금지가 만들어낸 긴장과 스릴로 인해 더 큰 매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안정적인 관계에 있는 사람이 금지된 사랑이나 위험한 만남에
이끌리는 것은 단순히 도덕성을 어기고 싶어서가 아니다.
그것은 그들이 금지된 상황에서 느끼는 긴장감과 스릴이
기존의 단조로운 일상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강렬한 자극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욕망이 억눌릴 때, 그것은 다른 방식으로 표출된다.
꿈속에서 드러나는 상징적 이미지는 무의식 속에 억눌린 욕망을 보여주는 가장 흔한 사례다.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이를 "억압된 감정의 발현"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꿈에서 느끼는 혼란스러운 감정, 예상치 못한 상황,
그리고 비현실적인 경험들은 종종 우리가 깨달아야 할 내면의 갈망을 드러낸다.
예를 들어, 평소에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이 꿈속에서 매혹적으로 다가온다거나,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상황에 끌리는 자신을 발견할 때,
우리는 이를 단순한 환상으로 치부한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무의식이 억눌린 욕망을 표현하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또한 욕망은 창작 활동을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예술가들은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갈망을 작품에 담아낸다.
때로는 화려한 색감과 격렬한 움직임으로,
때로는 단조로운 선과 반복되는 패턴으로
자신도 알지 못했던 욕망을 표현한다.
이러한 표현은 욕망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마주하고 이해하는 과정의 일부다.
그렇다면 욕망과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욕망을 인정하는 것이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갈망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종종 "이런 생각은 하면 안 돼"라며 스스로를 억누른다.
그러나 욕망을 억압한다고 해서 그것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더 큰 스트레스를 만들어 내며, 때로는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표출될 위험을 증가시킨다.
두 번째는 욕망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탐구하는 것이다.
욕망은 단순히 충동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과거 경험, 현재의 환경, 그리고 미래의 희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에 자신을 억압했던 환경 속에서 자란 사람은
성인이 되어 통제받지 않는 자유로운 욕망을 더 강렬하게 느낄 수 있다.
또는 장기적인 관계에서 감정적으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해 새로운 자극을 갈망하게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욕망을 건강하게 표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욕망을 감추거나 억누르지 않으면서도, 그
것이 자신과 타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다.
대화를 통해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털어놓거나,
창작 활동이나 운동 같은 건전한 방식으로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은 욕망을 해소하는 좋은 방법이다.
가면 뒤의 욕망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그것은 우리가 평소에 외면했던 진짜 나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모습을 마주하는 과정은 우리가 자신의 내면과 화해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욕망은 단순한 본능이나 충동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삶의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나침반을 따라갈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진정으로 충만한 삶을 누릴 수 있다.
우리가 가면 뒤의 욕망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그곳에서 숨겨진 자신과 마주할 것이다.
그 자신은 불완전하고 때로는 예측 불가능하지만,
동시에 누구보다도 진실된 존재다.
그리고 그 진실함이야말로 우리 삶을 더 빛나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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